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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줄리어스 어빙의 플레이 스타일과 위력

나비넥타이 2009. 7. 18. 22:51

을 과소평가하는 의견을 보아서 써 봅니다. Doctor J님이 보실텐데 이거 꼭 관운장 앞에서 청룡도 휘두르는 기분이네요. ^^;
 
 
전 어려서부터 버드, 어빙, 매직 이 세 선수는 꼭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고 세 선수의 경기는 라이브로 보지 못했지만 현지와 한국 양쪽에서 10여년동안 구할 수 있는 녹화 비디오와 동영상을 최대한 많이 빌려보았는데요.
90년대 선수나 지금 선수만큼은 많이 보지 못했지만 어빙의 경기는 스무 개 정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직과 버드의 경기는 어딜 가나 쉽게 구할 수 있어 합쳐서 도합 백 몇십여 경기를 보았으니 도리어 현역 선수들 경기보다 많이 본 셈이지만, 어빙의 경기는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스무 경기밖에 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셀틱스와의 플레이오프와 레이커스와의 파이널 등 유명한 경기는 꽤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본 어빙의 플레이 스타일은 스카티 피펜의 트렌지션 게임 + 00시즌 빈스 카터의 하이플라잉 어택 이라 하고 싶습니다.
 
 
피펜은 아시다시피 역대 top5에 들만한 트렌지션 오펜스의 달인입니다. 트렌지션 오펜스는 수비가 공격으로 전환되면서 이루어지는 빠른 템포의 속공 공격을 의미하는데요. 피펜은 달리는 스피드도 매우 빠르거니와 (별명이 '말' 이죠? ^^; 생김새도 그렇고..) 속공시 오픈코트를 쏜살같이 가로질러 원맨속공을 하면서 스스로 강력하고 확실한 마무리를 짓는 최강의 피니셔이기도 했고, 속공 지휘에도 탁월했습니다. 불스의 속공이 이루어지는 것을 잘 보시면, 일단 로드맨이나 그랜트가 리바운드를 잡고 무조건적으로 피펜에게 공을 넘기고 냅다 달려나가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불스의 트렌지션 게임에서는 마치 스티브 내쉬같은 존재가 피펜이었죠. 하지만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이렇다할 go-to-move나 정확한 점프샷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카터는 세상이 다 아는 하이플라이어죠. 지금의 카터는 슈팅 맹훈련을 거치며 매우 정확하고 위력적인 외곽 슈팅력의 소유자로 거듭났지만, 00 시즌 카터는 모두가 아시겠지만 일단 림으로 날아들고 보는 전형적인 드리블 페너트레이션 타입의 공격수였습니다. 돌파력이 워낙 좋고, 덩크와 더블 클러치 마무리는 말을 할 필요가 없지요. 오죽했으면 별명이 Air Canada였겠습니까. 하지만 돌파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단점도 있었고, 시야가 좁아 자신의 돌파의 파괴력을 팀의 전력과 고스란히 연결시키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줄리어스 어빙은
피펜을 능가하는 역대 제 1인자 속공 피니셔이자,
빈스 카터의 에어무브와 마무리+어시스트까지 다 갖추었던 것 같습니다.
 
 
현 리그에서 오픈코트에서 최강인 선수는 르브론 제임스라는 것은 이구동성으로 동의하실 겁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죠. 90년대에는 스카티 피펜과 그랜트 힐이 항상 최고라고 불렸던 것처럼요. 르브론은 가장 크고 강하고, 매우 잘 달리며, 마무리 능력 또한 발군입니다. 일단 르브론 제임스가 속공시 달리기 시작하면 이미 2점이죠.  
 
그런데 이 르브론 제임스조차도 현지 칼럼니스트들에게 "속공시에 마치 줄리어스 어빙같고" 라는 수사구를 듣는다는 사실 아셨나요? 줄리어스 어빙의 속공 파괴력은 그 정도였습니다. 긴 다리로 성큼 성큼 빠르게 내닫으며 페인트존에 들어오기도 전에 솟구쳐 올라 (그리고 다른 선수들과 다른 점이라면 어빙은 엄청나게 큰 손으로, 공을 두 손으로 고쳐잡는 것도 없이 그냥 드리블 치다가 그 공을 한 손으로 덥석 잡고 날아오릅니다 -_-;;;) 엄청나게 높게 점프하여 슬램덩크를 찍습니다. 어빙이 돌진할때 하프라인에서 정확히 드리블을 세 번 치면 덩크더군요. 많은 선수들이 오픈코트에서 어빙이 공 잡고 뛰기 시작하면 그냥 뛰지도 않습니다. 다들 제 자리에 가만히 있어요. 어빙 편 선수들은 어차피 2점 확보니까 자기가 상대편 림까지 귀찮게 갈 필요도 없으니까, 그리고 어빙 상대편 선수들은 어차피 쫓아가도 못 잡고, 따라잡아도 어빙의 마무리를 못 막으니까 그랬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줄리어스 어빙은 돌파+피니쉬에서 역대 지존급이었던 선수죠. 어빙 초창기에는 점프샷이 별로 없었다고 들었는데 제가 관찰한 몇 개의 경기에서도 그렇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파 위주의 선수가 그 정도의 위력을 구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어빙의 위대함을 증명해주지 않을까요? 돌파와 마무리 잘 하는 선수는 nba와 하위 리그에도 득시글득시글합니다. 그런데 그런 슬래셔들은 왜 어빙같은 선수가 되지 못할까요? 뭔가 차별화되는 부분이 어빙에게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면 무엇이겠습니까.
 
일단 어빙은 베이스라인에서 극강의 파괴력을 지녔습니다. 컴퍼스가 길어 두 발만 디디면 삼점 라인에서 순식간에 페인트존으로 들어오는데다, 애크로배틱한 더블클러치와 강력하고 우아한 슬램 덩크를 둘 다 다 갖추었죠. 아직까지 그의 덩크가 블락당하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경기로든, 하이라이트로든. 베이스라인 타고 들어가는 스피드와 기동력이 거의 제트기 터보엔진 수준입니다. 어빙의 베이스라인 파괴력은 05 코비 브라이언트의 그것 혹은 그 이상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돌파경로가 차단되어도 공중에서 백보드 뒤로 완전히 돌아나가며 리버스 레이업을 성공시킵니다. 그게 줄리어스 어빙이었죠.

 
 
 
또한 어빙은 어시스트에도 매우 능했는데, 거의 대부분의 어시스트가 두 세 명의 빅맨이 블락샷을 시도하면서 그들의 블락을 피하면서 찌르는 '공중 어시스트' 였다는 사실 또한 놀랍습니다. 일단 높게 솟아오르면 어빙의 덩크가 두려워 수비가 한꺼번에 모이며 뛰어오르고, 어빙은 그 찰나의 순간에서도 공중에서 오픈맨을 포착한다는 이야기죠. 빅경기 박빙의 순간에서 돌파가 최고의 장기였던 어빙이 클러치 플레이어로서도 탁월했던 것은 어빙이 마무리+어시스트 능력을 모두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중에서 바비나 말론, 칙스에게 어시스트를 찔러주고 (가끔은 공중에서 빅맨들과 몸을 부딪히며 '비하인드 백패스' 도 하더군요) 그들에게 오픈 찬스를 마련해주는 그야말로 '하이플라잉 플레이 메이커' 이기도 했지요.
 
 
30줄에 접어들고부터는 슈팅력도 향상되어 미드레인지 점퍼도 던졌고 삼점슛도 곧잘 시도했습니다. 셀틱스와의 플레이오프 마지막 삼점 버저비터를 넣은 것도 바로 어빙이었고, 페이더웨이 점퍼 위닝샷도 넣었으며, 턴어라운드 점퍼 클러치샷도 성공시킨 선수입니다. 슈팅력이 없는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돌파력이 너무 좋아 슈팅력이 묻히는 감이 있었지 않았을까 하네요.
 
돌파와 마무리, 점프샷 이외에도 스텝도 매우 좋아 갑작스러운 스핀무브도 잘 했고, 공중에서 센터들과 몸을 부딪히면서도 방향감각을 잃지 않고 돌려 넣는 핑거롤은 예술의 경지에 가까웠습니다. 비하인드 백 드리블도 돌파시 보여주었고, 가끔은 크로스오버도 하더군요. 잽스텝 밟고 점퍼도 잘 던졌습니다. 사실 어빙은 이런 드리블 기술들이 하나도 쓸모가 없는 선수였습니다. 전광석화같이 첫스텝에 파고들어 붕 날아 찍고 돌리기만 해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세련된 기술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한 수비력과 리바운드에서도 발군의 선수였습니다. 스피드도 좋고 팔이 기형적으로 길고 악력도 좋고 센스도 좋아 스틸도 잘 했고 (플레이오프 스틸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피펜에 이어 역대 2위) 블락도 잘 했으며 (통산블락샷 스몰포워드 포지션 역대 1위) 리바운드 수치도 높았습니다 (통산리바운드 NBA/ABA 합산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베일러에 이어 역대 2위) 기록이 다 말해주죠? 결정적일 때 낚아채는 스틸과 블락에도 천재적이었죠.
 
 
 
르브론, 피어스, 앤써니도 훌륭한 선수지만, 아직 그 누구도 어빙만큼의 위치에는 다가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스몰포워드 중 그 어느 하이플라이어도 어빙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런 어빙이 피어스, 앤써니보다도 못하고 기술도 별로라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어빙이 돌파형 선수였다는 것은 그의 위대함에 조금도 생채기를 내지 못합니다. 돌파형 선수였는데 어시스트는 왜 그렇게 높고, 클러치 샷은 왜 그렇게 많은 것이며, 공격 리바운드는 또 왜 그렇게 많은거죠? 그리고 레전드 빅맨들이 득시글거리던 80년대에 왜 어빙이 스몰포워드로서 우승팀의 에이스였던 것일까요? 스몰포워드 하이 플라이어들 중 어빙처럼 스케일 큰 농구를 한 선수, 그러면서 소속팀을 에이스로서 우승시킨 선수가 누가 있었나요? 다미닉입니까? 카터인가요? 오로지 어빙 하나뿐입니다.
 
너무 위대한 선수가 과소평가를 당하니 제가 다 황송해지네요. ^^;
줄리어스 어빙이 없었으면 그를 보며 롤 모델로 삼고 자랐다는 마이클 조던도 나오지 않았겠죠. 그리고 그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조차도, 초창기에는 '제 2의 닥터 제이' 라고 불렸답니다.
 

 

 

 

 

출처 : I Love NBA
글쓴이 : nycmani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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