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etball

[스크랩] Re: 조던과 코비의 플레이 스타일..

나비넥타이 2009. 5. 30. 21:04

조던과 코비의 플레이 스타일은 크게 다릅니다. 이 역대 1, 2위를 다투는 농구역사상 최고의 슈팅가드의 차이점을 글 하나로 풀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몇 자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공통 분모는, 둘다 슬래셔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아이솔레이션 모드나 스크린을 이용해 재빠르게 돌파해 들어가 마무리를 짓거나 개인기를 이용해 퍼리미터에서 점프샷을 쏜다는 것이죠. 하지만 조던과 코비 플레이스타일에서 공통점은 제가 보기에는 이것 뿐입니다.

 

이 슬래셔로서의 동작이나 기술도 좀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은 본 글의 끝부분에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플레이어 타입으로서 묘사를 하자면

조던포스트 플레이어 + 미드레인지 캐치앤 슈터 이고,

코비아이솔레이션 삼점슈터 + 프리스타일 플레이메이커 입니다.

 

 

조던은 코비보다 훨씬 더 post-oriented합니다. 한국말로 풀어보면, 코비보다 훨씬 더 빅맨스러운 활동반경과 플레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스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핵으로서 조던은 45도 로포스트에 자리잡고 포스트업을 즐겨 했습니다. (어차피 우리가 말하는 'The Greatest ever MJ'는 80년대 Black Cat 조던이 아니고 90년대의 조던이므로, 제가 뜻하는 '조던' 은 90년대의 마이클 조던으로 통칭하겠습니다) 이는 동포지션에서 맞수 자체가 없는 무지막지한 상체근육의 완력과 현란하고 다양한 포스트업 기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며, 코비보다 페인트존에서 포스트업을 하는 빈도가 훨씬 많았습니다.

 

또한 조던은 코비와는 달리 레지 밀러, 립 해밀턴같이 계속해서 스크린을 받고 뛰쳐나오며 패스를 받자마자 슈팅을 시도하는 캐치앤 슈터였습니다. 코비는 캐치앤 슈터가 아닙니다. 공 미소유시 스크린 자체도 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드리블 후 연속기로 슛을 던지는 풀업점프슈터죠. 물론 이 풀업점프슈터로서의 빈도나 위력으로 조던은 코비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절대로 뒤지는 선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조던은 코비보다 훨씬 더 스크린을 많이, 그리고 잘 사용했습니다. 반면 조던이 스크린을 이용해 "삼점슛"을 던지는 모습은 제가 지금까지 십수년동안 관찰해본 결과 한 번도 없었습니다. 즉 립 해밀턴처럼 트라이앵글 시스템 안에서 미드레인지 캐치앤 슈터의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반면 코비는 조던보다 더 넓은 슈팅 반경을 이용해 아이솔레이션 모드를 자주 펼칩니다. 국내 팬들이 흔히 말하는 코비의 '묻지마 삼점' 을 누구나 많이 보셨을 겁니다. 코비는 삼점라인 밖에서 공을 잡을 때, 몇 번의 페인트 모션이나 잽스텝 후 곧바로 삼점슛을 던지는 플레이를 매우 자주 합니다. 심지어는 삼점라인 네 발짜국쯤 떨어진 29피트 거리에서도 초장거리 풀업 삼점을 작렬시키고는 하는데, 이것이 즉흥적인 '쇼' 가 아니라, 코비의 '공격 옵션' 입니다. 그만큼 빈도가 많다는 이야기죠. 조던은 절대로 코비만큼 수비수를 달고 드리블 없이 삼점슛을 많이 던지지 않았습니다. 그럴만한 슈팅 레인지도 안 되는 것 같구요.

 

또한 코비는 조던보다 즉흥적인 플레이가 많은데, 특히 자신의 득점이 아니라 팀원들의 득점을 도와줄때 이런 성향이 두드러집니다. 조던의 활동 반경이나 이동경로는 코비에 비해 고정적이고 정형화되어 있는 반면, 코비는 수비의 동선이나 대처 성향에 따라 유연하게 자신의 공격 루트를 바꾸는데 매우 능합니다. 삼점라인과 퍼리미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조던은 삼점라인 밖에서 코비만큼의 위협적인 무기가 아니었습니다. 조던 자신도 알았고, 수비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퍼리미터 내에서도 각(angle)에 관계없이 상황에 따라 동선을 바꿉니다. 일례로 작년 스퍼스와의 서부결승 1차전에서 전반에 단 한 번 밖에 슈팅 시도를 안 하면서 코비는 스퍼스 수비의 동선만을 파악했고, 인사이드 아웃사이드를 가리지 않고 수차례 공격시 동선을 바꾸며 수비를 혼란시키면서 후반전을 접수했습니다.

즉, 조던이 unpredictable한 점은 그의 '공격 기술'-- 순간적인 동작이나 드리블, 페이크 등-- 이지, '공격 루트' 까지는 반드시는 아닌 반면, 코비는 '공격 루트' 마저도 unpredictable하다는 것이죠. 이는 조던은 철저하게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일부로서 움직이는 선수고, 코비는 조던에 비해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으며 조던보다 아웃사이드 롱레인지 플레이가 더 강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조던이 룩 롱리 수준의 센터를 데리고 3연속 우승을 이룬 역대 유일한 선수라는 점, 코비가 역대 최다 단일경기 삼점슛 기록을 보유한 선수라는 점은 이를 너무도 명확히 드러냅니다. 조던은 그 스스로가 빅맨같은 플레이를 하며 빅맨의 효과를 내는 선수였고, 코비는 리그 최고의 풀업 삼점슛을 가진 선수라는 것입니다.

 

물론 코비가 조던처럼 포스트 플레이를 할 때도 있고, 조던이 코비처럼 넓게 그리고 즉흥적으로 움직일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빈도나 위력에서 서로의 장기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슬래셔로서의 기술의 차이점은,

조던이 코비보다 더 강하고, 빠르고, 절도있으며

코비가 조던보다 더 유연하고, 잔드리블에 능하다는 점이라고 봅니다.

 

 

조던은 코비보다 파워가 훨씬 좋습니다. 조던도, 코비도, 필 잭슨도, 수많은 코칭 스텝들도 이구동성으로 동의합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고, 조던은 이 파워를 현재 르브론이 그렇듯이 돌파시에도 고스란히 이용했습니다.

 

또한 순간스피드 (quickness)에서, 조던은 코비가 아니라 nba 역사상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선수입니다. 이 '빠르기' 는 코트를 가로지르는 'sprint' 스피드가 아니라,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빠르기를 의미합니다. 조던의 돌파를 슬로우 비디오로 보시면 그 잠깐의 순간에 얼마나 많은 동작을 연속기로 쏟아내며 돌파해 들어가는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 눈 깜박이는 찰나의 순간을 잘게 썰어들어가며 수많은 페인팅을 겯들어가며 돌파하는 선수는 조던밖에 없을 듯 합니다.

때문에 조던은 이 파워와 퀵니스를 이용해 특유의 '각' 을 만들어냅니다. 밑의 글의 회원분이 이 말씀을 해주셨는데, 조던의 플레이를 많이 보신 분이라면 조던이 돌파하다 솟구쳐 슛 쏠때의 그 간결한 '→'와 '↑' 이 만들어내는 수평에너지 수직에너지 전환이라든지, 돌파할때 특유의 급격한 방향전환이 만들어내는 clean-cut angle이 무엇인지를 아시리라 믿습니다.

 

반면 코비는 조던만큼 강하고 절도있는 플레이를 못하는 대신, 조던보다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또한 조던보다 크로스오버 등 프리스타일 드리블에 능해 조던에 뒤지는 퀵니스를 잔드리블로 커버하는 모습을 많이 보입니다. 등이 활처럼 휘면서 두번 접는 코비 특유의 레이업, 허리를 완전히 뒤로 꺾으면서 올라가는 리버스 레이업 등은 조던에게서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조던은 그런 상황에서는 꼿꼿하게 솟아올라 공중에서 비스듬하게 기대며 도끼를 휘두르듯 위맹스럽게 원핸드 덩크를 찍거나 손을 빠르게 공중에서 놀리며 더블클러치를 하겠지요.

 

비유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조던은 石이고, 코비는 水 같다고나 할까요.

 

출처 : I Love NBA
글쓴이 : nycmania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