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수비와 현재의 수비 중 어느 것이 강하냐!
최연길 해설위원님 왈 '90년대의 수비보다 지금의 수비가 더 강하다고 본다'
일리걸 디펜스의 폐지와 지역방어의 도입으로 체계화, 전문화된 수비를 허용하는 현 리그 시스템을 고려해보면 뭐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
만약 질문이 90년대와 현재의 "대인방어" 수준이 어땠느냐? 라면,
전 대답 대신 쓴웃음을 한번 지어주겠습니다.
일단, Physical 함에 있어서 현 리그는 90년대에 비하면 비할 바가 아닙니다.
핸드체킹의 폐지는 실로 엄청난 일입니다. 90년대 NBA 의 대인방어는 지금에 비하면 완전 싸움 수준입니다. 손으로 허리 잡아 비틀고, 돌파 하는 매치업 상대 팔꿈치로 강하게 저지하고, 돌파당한 후에도 손으로 저지하는 일은 늘상 있는 다반사였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는 빠르고 강한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의 돌파를 막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돌파 하는 선수도 그 엄청난 핸드체크에 손으로 대응합니다. -_- (특히 조던)
90년대 뉴욕 닉스의 열혈팬으로서 제 눈으로 똑똑히 본 90년대의 수비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뉴욕의 경우는 더했죠. 심한 경우에는 유니폼이 찢어지기도 하고, 피펜의 경우에는 맥대니얼의 손톱에 깊이 긁혀 팔에서 피가 철철 났습니다. (얼마나 심하게 손으로 저지했는지 짐작이 가시죠?) 뭐, 이것은 아주 흔한 예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아예 대놓고 잡거나 너무 강하게 밀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그런 것들에 파울콜을 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90년대의 대인방어였고 수비였습니다.
Steve Kerr의 말을 빌리자면, "핸드체킹의 폐지는 NBA는 '퍼리미터 가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입니다. 안 그래도 공격농구지향 풍조로 공격성이 강한 선수들이 입성하는데, 가뜩이나 막기도 어려운 이들을 핸드체크도 없이 막는다는 것은 뻔할 뻔자입니다. 덕분에 현 리그는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의 천국입니다. 아니, 거기에 길버트 아레나스로 대표되는 투가드들도 합류했습니다. 이들이 돌파할 때 핸드체크 없이 그들을 막을 수 있는 선수 (오늘날의 '막는다' 는 의미는 30점대 허용을 의미하게 되었죠. 예전엔 20점대 혹은 그 이하로 막아야 '잘 막았다' 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기준이 10점이 올라간 셈이죠) 는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90년대 농구를 봐 버릇한 저로서는, 상대가 돌파할 때 손 단 한번도 내밀어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뚫려야만 하는 오늘날의 수비가 마치 수줍은 새색시 손길처럼 보드랍게만 느껴집니다. 당연하지요. 이젠 돌파시 공격수의 몸에 손이 닿기가 무섭게 즉시 파울콜이 불리니까요. 알론조 모닝이 신경질내고, 찰스 바클리가 중계하면서 빈정거리고, 스카티 피펜이 칼럼 쓰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자기들이 하던 수비는 이런 게 아니었거든요. 90년대에 피펜이 매직 존슨 막던 방식, 스탁스가 조던 막던 방식대로 막았다간 조던 말대로 1쿼터 내에 6반칙으로 퇴장당할 확률 다분합니다. 그건 오버도, 과장도 아닙니다. 예전엔 조던이 50점 넣으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왔고 아침에 학교갈 때 라디오 속보로도 나왔지만, 이젠 이름 좀 있다 싶은 선수들은 50점 정도는 쉽게 올리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아무개 60점, 아무개 55점, 아무개 50점, 아무개 45점, 또다른 아무개 40점, 아무개 40점.... 어? 30점? 컨디션이 좋지 않았나보군...
90년대와 현재의 인사이드에서의 대인방어와 헬프디펜스의 위력을 비교하는 우스운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NBA 역사상 골밑의 최고 전성기와 NBA 역사상 골밑재원 최빈약 시기를 비교하는 것은 시간낭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1 on 1' 을 지향하고 일리걸 디펜스를 철저히 금지하되 인정사정 안 보는 거칠기 짝이 없는 헨드체크로 저지하는 90년대 수비가 강하냐,
핸드체크 절대금지, 몸 접촉 최대한 금지를 하되 고도의 지역방어와 효율적인 디나이수비를 사용하는 수비가 강하냐.
이렇게 전체적인 수비로 놓고 묻는다면, 어려운 문제이며 복잡한 문제입니다.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사견을 물으신다면, 전 90년대의 Physicalness와 Toughness가 현대의 Sophistication, Maneuver보다 더 강하다고 보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흔히 착각하기 쉬운데, 더블팀과 트리플 팀, 디나이 수비와 헬프디펜스는 전 시대에 통용되는 수비 전술입니다.
90년대에도 마찬가지였죠. 마치 90년대는 무조건 일대일만 하게끔 했던 것인 마냥 곡해되기 쉬운데, 90년대에도 더블팀, 트리플팀, 헬프디펜스, 디나이 수비 엄청나게 사용했습니다. 이름난 선수들도 물론 그런 식으로 막았고요. 마이클 조던, 샤킬 오닐, 하킴 올라주원.., 커리어 내내 더블팀, 트리플팀 붙이고 뛰던 선수들입니다.
뭐, 이 문제는 더욱더 정밀하고 세밀한 분석과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게시판에 조던의 수비가 누구였냐 하는 질문이 올라와서 답변해봅니다.
"조던과 코비를 비교할때 하나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것이 , 매치업돼는 상대이다.
지금 NBA는 조던시절 NBA 보다 신체적으로나, 신장으로나, 운동능력으로나 더 발전했다고 본다."
라고 Speed님께서 의견을 말씀하셨네요.
첫번째 문장은 지당하신 말씀이고, 두번째 문장도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혹, "체격과 운동능력이 더 좋아진 현 리그에서 뛰는 코비기 때문에, 조던이 뛰던 시절보다 훨씬 어렵지 않았겠느냐" 하시는 말씀이라면 전 극구 반대합니다.
매치업 되는 상대라면 수비를 말씀하셔야 되는 것 아닌가요?
저라면 두번째 문장을 '조던시절 NBA 선수들은 지금 NBA 선수들보다 수비에선 실력으로나, 터프함으로나, 근성으로나, 리그 룰로 보나 훨씬 낫다고 본다" 로 바꾸겠습니다.
그럼 조던을 마크했던 선수 중 제 기억에 남는 선수를 되짚어보겠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조 듀마스와 아이재이나 토마스.. 아니, 그냥 다 댑시다. 데니스 로드맨, 빌 레임비어.. 그냥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팀 이름을 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냥 디트로이트 다섯 명이서 조던 하나만 개패듯 두들겼습니다. 그리고 이 디트로이트는 역대 최고의 수비팀 중 하나이며, 올해의 수비수상과 디펜시브 퍼스트팀 단골손님만 두 명이나 있습니다. 나머지 세 명도 리그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악바리 수비수들입니다.
조던은 원맨팀 데리고 혼자서 저 다섯 명 상대로 매경기 40~50득점 가까이 올렸습니다. 변변한 자기 보조자가 없어서 경기는 졌지만요.
벅스의 시드니 몽크리프....
디펜시브 팀에 하도 많이 들어서 뭐 설명하면 입이 아픈 명수비수입니다.
전 그가 조던을 어떻게 막았는지는 모릅니다만, 조던을 가드했다는 것만 압니다.
레이커스의 마이클 쿠퍼.
조던 전담마커였습니다. 올해의 수비수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선수입니다.
전 다운받아 보았는데, 조던 돌파는 매우 잘 막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조던의 천하무적 돌파를 그렇게까지 제어할 수 있었던 선수는 쿠퍼가 유일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 점프샷을 하나도 못 막고 득점은 30점 가까이 내줬지만 정말 정말 조던 잘 막았습니다.
닉스...,
그냥 아예 여기도 '닉스' 라고 팀 이름을 대신 대고 싶군요. :-)
조던의 전담마커는 존 스탁스였죠. 90년대를 대표하는 찰거머리 명수비수. 디펜시브 팀 경력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 수비력과 근성은 현 리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고 봅니다. 제가 Madison Square Garden에서 닉스 경기 볼때마다 홈팬들에게 제일 응원 많이 받는 것이 스탁스였습니다. 유일하게 조던에게 조금도 겁먹지 않는 악바리같은 근성과 투지와 수비력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상대는 마이클 조던이었죠. 밥은 스탁스였고요. ㅠㅠ
급하면 맥대니얼, 오클리도 막았습니다. 결과는..? 그냥 조던 하이라이트 필름 떠올리시면 됩니다. 베이스라인 그 좁은 틈새에서 스탁스와 오클리 더블팀 날려버리고 유잉 위로 인유어페이스 먹이던 장면 기억나실 겁니다.
(닉스 다섯 명이 조던 하나때문에 허둥지둥 난리치면서도 못 막던거 생각하면 아직도 한탄스럽습니다)
포틀랜드의 클라이드 드렉슬러....
90년대 팬이 아니신 분들은 드렉슬러의 수비에 대해서 잘 모르실 겁니다. 공격력만큼이나 엄청난 수비력을 지닌 선수였습니다. 위대한 50인에 괜히 뽑힌 게 아닙니다.
조던과 92 파이널에서 제대로 붙었고 1차전부터 왕창 발리기 시작하더니 시리즈 내내 조던에게 하이라이트 필름만 부지기수로 만들어줬습니다.
클리블랜드의 제럴드 윌킨스..
다미닉 윌킨스의 동생으로 수비력이 좋아 팀에서 수비로 제일 인정받던 선수고, 스스로도 Jordan Stopper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붙입니다.
92 플레이오프에서 시카고 불스와 만나 조던을 상대하죠.
결과는, 게시판에 Jordan Stopper 라는 제목으로 검색해보시면 제 글에 잘 나와 있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클리블랜드의 크레이그 일로..
세로수비 완벽에 가깝던 선수고, 상당히 터프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였죠.
항상 조던 전담마커로 뛰었었구요.
대신 그 때문에 조던 하이라이트 필름에는 빠지지 않고 일로의 불쌍한 모습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골든 스테이트의 라트렐 스프리웰...
디펜시브 팀 선정도 된 최고 수준의 수비수였으며, 무엇보다 악바리 근성이 대단합니다.
조던 전담마커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그에게 40득점씩은 주었습니다만 필드골 성공률을 44%로 떨어뜨리는데 성공했죠.
클리퍼스의 론 하퍼...
시카고때도 수비력으로 이름을 날리던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수였죠.
시카고 오기 전에 조던을 상대하고, 괜히 조던 성질 건드렸다가 엄청난 대량득점을 헌납한 후 그때서야 '조던을 막으려면 그를 화나게 하지 않아야 한다' 라고 뒤늦은 깨달음을 밝혔습니다.
킹스의 미치 리치몬드...
공격만큼이나 조던이 칭송할만큼 대단한 수비력을 지닌 선수였습니다. 조던을 상당히 괴롭히면서 30점대 내외 이상은 좀처럼 내주지 않았습니다.
시애틀의 게리 페이튼..
말할 필요도 없는 역대 최고의 수비수입니다.
96파이널에서 조던과 거의 레슬링 수준의 몸싸움을 벌이며 앤트리 패스루트를 차단하여 그를 20점대 후반으로 막아냅니다.
애틀란타의 스티브 스미스..
공격력과 수비력에서 막힌 데가 없는 전방위 올라운더였습니다.
시카고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조던을 수비합니다.
스미스는 '조던을 수비한 지난 2주일은 HELL 이었다' 라는 말을 남겼죠.
애틀란타의 무키 블레이락..
디펜시브 팀 단골손님으로 리그 최고봉의 퍼리미터 디펜더였죠.
조던은 '무키가 제일 상대하기 쉽다' 라고 했습니다.
레이커스의 에디 존스..
디펜시브 팀에도 두번 선정되었고, 코비 브라이언트의 수비 스승이었던 선수입니다.
어느 날 조던을 20점으로 막은 일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날 후로는 열받은 조던의 희생양이 되었습니다.
킹스의 덕 크리스티..
수비 스페셜리스트죠. 디펜시브 팀 세번 선정되었으며, 2000년도에도 명수비수로 이름을 날립니다. 스틸은 4위 아래로 내려가본적이 없을 정도였죠.
이 사람도 어느 날 조던을 20점으로 막아 아직까지도 명수비수로 칭송듣고 있습니다.
재즈의 브라이언 러셀..
재즈 최고의 퍼리미터 디펜더로 해설자들에게도 수비력 좋다고 칭찬 많이 받았고, 드렉슬러, 미치몬드 할 것 없이 다 잘 막았습니다. 97, 98 파이널 2년동안 조던을 상대하죠. 2년동안 조던한테 죽도록 두들겨 맞더니 결국 마지막까지도 몸까지 바닥에 날리며 조던에게 '은퇴샷' 까지 선물해주더군요. -_-;
대강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현 리그의 최고급 스윙맨들,
코비, 카터, 앨런, 피어스, 레드, 티맥, 르브론, 웨이드, J-Rich, JJ, 버틀러 등등......
공격력은 90년대 스윙맨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봅니다.
어차피 현 NBA 는 공격이 대세입니다. 그리고 선수들 스스로도 수비보다는 공격에 훨씬 많이 치중합니다. 스카우트 리포터들도 공격을 우선시합니다. 팀 칼라도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격지향입니다.
생각만큼 많은 차이가 난다고는 보지 않지만, 여하튼 공격에서는 분명 한 수 위라고 봅니다.
하지만 수비력에서는?
코비와 피어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수비력에서는 상대조차도 되지 않을만큼 현저하게 뒤지는, 조금 격한 표현을 쓰자면 '반쪽짜리' 선수들입니다.
카터와 앨런, 레드가 에디 존스보다 슛 잘 쏘고, 돌파 잘 하고, 파울 잘 얻어낼지는 몰라도
저들은 에디 존스 수비력에는 턱도 없습니다.
물론 현 리그에도 분명 훌륭한 퍼리미터 수비수들은 있습니다.
코비는 이미 이야기했고,
론 아테스트, 테이션 프린스, 브루스 보웬은 90년대 선수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명수비수들이죠.
하지만 현 리그 수비수는 물량적으로 너무 열세이며,
질로도 현격하게 차이가 나네요.
조던, 피펜, 페이튼.. 자타가 공인하는 역대 최고의 백코트 디펜더...
스프리웰, EJ, 스탁스, 블레이락, 하퍼, 드렉슬러, 리치몬드, 스프리웰, 윌킨스, 크리스티, .... 휴.... 대자면 너무 길 정도로 넘쳐납니다.
그리고 Speed님께서는, 현 리그에 비해 90년대 선수들이 체격적인 면에서 열세라서 조던이 포스트업 공격이 먹혔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는데,
90년대 선수들과 지금 선수들의 체격은 전 오히려 90년대가 더 좋은 듯 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구요,
조던은 앤써니 메이슨도 포스트업으로 밀어젖히던 선수입니다. 조던의 파워를 현 리그 스윙맨하고 비슷하다고 혼동하시면 곤란해요~
체력과 파워와 스피드가 현저하게 떨어진 40대에 돌아온 조던의 포스트업도 아무도 못 막았는데, 전성기 조던의 포스트업이야 더 말할 게 무엇이 있겠습니까. 포스트업이 주무기였던 강골 스몰포워드 자말 매쉬번도 조던 포스트업 수비하다 나가떨어지다시피 했습니다.
현 리그를 폄하할 생각도, 90년대 리그를 찬양할 생각도,
조던과 코비를 비교할 생각도 없습니다만,
한가지는 확실히 해 두고 싶네요.
90년대 대인방어는 육탄방어였고, 전투였고, 패싸움이었습니다. 수비는 전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터는 이름난 투사들로 가득 메워졌었죠. 그것도 떼죽으로 한꺼번에 덤벼들며..
그 속에서 그렇게 달려드는 떼죽 다 쓰러뜨리고 48분 내내 초집중견제 15년동안 받으면서 득점왕 10번에 우승 6번한 선수가 마이클 조던입니다.
'Michael Jord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조던과 클러치로 맞짱을 떠 이긴 사나이들 (0) | 2009.06.12 |
---|---|
[스크랩] 역대 최고의 창과 방패의 대결- Gary Payton의 Michael Jordan 수비 (96파이널) (0) | 2009.06.12 |
[스크랩] 스윙맨이 조던을 뛰어넘으려면 갖춰야 하는 조건들 (0) | 2009.06.12 |
[스크랩] 조던의 드리블에 관해서 (0) | 2009.06.03 |
[스크랩] I `m Michael Jordan (0) | 2009.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