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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 쿼터 내내 왼손으로만 득점했던 전설 - 래리 버드

나비넥타이 2009. 6. 23. 23:58

 

 

한 쿼터 내내 왼손으로만 득점했던 래리 버드

 

글:  Doctor J

 

 

이번 주말엔 플레이오프 경기가 없어서 좀 한가하군요.

 

그래서, 이 참에 오래 전에 있었던 정규시즌 경기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 합니다.

 

 

때는 1986년 2월 14일, 래리 버드와 그의 보스턴 셀틱스가 최전성기에 올라 있을 시점이었습니다.

 

정규시즌 67승에 홈에서만 40승을 올린 팀...

 

버드, 맥헤일, 패리쉬, 데니스 존슨, 데니 에인지가 모두 전성기였는데, 빌 월튼까지 식스맨으로 가세했던 가공할 만한 전력의 팀이었습니다.

 

이 80년대 보스턴 셀틱스의 진짜 천적이 누구였는지 아십니까?

 

당시의 셀틱스의 천적은 영원한 라이벌인 매직 존슨의 레이커스도, 같은 컨퍼런스의 숙적이었던 줄리어스 어빙의 식서스도 아니었습니다.

 

셀틱스의 천적은 바로 플레이오프 1라운드 통과가 숙원이었던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였습니다.

 

84년부터 시작된 이 이상한 두 팀 간의 극상성 관계는 90년대 초반, 버드가 은퇴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막강했던 셀틱스가, 이 젊은 햇병아리들로만 구성된 포틀랜드만 만나면 이상하리만치 게임이 풀리지 않았고, 쉽게 잡을 것 같았던 경기도 2차 연장까지 가곤 했습니다.

 

아마도 포틀랜드가 샘 보위, 클라이드 드렉슬러, 짐 팩슨, 키키 벤더웨이, 즈롬 커시, 테리 포터 등 운동능력이 좋은 젊은 신예들을 앞세워 무작정 달리는 런-앤-건 농구를 했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정확한 원인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80년대 보스턴 셀틱스의 스타일을 구겨 놓는 데에 있어 천재적인 소질이 있었던 팀이 바로 포틀랜드였습니다. 

 

다 놓쳤던 경기를 순전히 버드의 클러치 능력으로 셀틱스가 간신히 잡아낸 경기만도 4경기 정도 됩니다. 이게 한 두 번도 아니고 챔피언 보스턴으로선 자존심 상할 일이였죠. 그 외에 보스턴이 포틀랜드에게 완전히 박살이 난 경기도 꽤 됩니다.

 

특히, 1985~86 시즌에 홈에서 40승 1패를 기록한 셀틱스의 그 유일한 홈경기 1패가 이 포틀랜드에게 당한 것입니다. 그것도 거의 30점 차 정도로 홈에서 대패를 한 경기였죠. 이 경기를 보면 드렉슬러와 커시는 사람같지가 않을 정도로 코트를 날아 다닙니다. 드렉슬러는 이 경기에서 19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 5스틸로 팀을 이끌었습니다. 4쿼터는 가비지 타임이었죠.

 

 

12월에 이 어린 팀에게 홈에서 수모를 당했던 셀틱스가 2개월 후 포틀랜드에 설욕전을 하러 왔습니다.

 

 

버드는 1쿼터 시작하자마자 눈에 불을 켜고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1쿼터에만 15점 가량을 득점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포틀랜드도 드렉슬러의 희한한 핑거롤과 벤더웨이, 팩슨의 점프슛으로 3점차 이상의 리드를 허용하지 않은 채 전반전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3쿼터가 시작되자마자 버드가 3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를 수비하던 즈롬 커시가 트래쉬 토킹으로 버드의 성미를 돋구기 시작합니다.

 

"헤이, 너 왼손으로도 슛 쏠 줄 아네? 내가 오늘 보니까 전반전에 왼손도 쓰더라구? 어쩌다 들어간 거겠지? 우리 팀 선수들은 다 양손을 사용해서 슛을 쏠 줄 아는데, 너는 그렇게 못 하지?"

 

 

바로 이 순간부터였습니다. 놀라운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버드가 왼손으로만 슛을 쏘기 시작한 것입니다.

 

버드가 이 3쿼터에만 6~7개의 야투를 성공시키며 17득점을 올렸는데... 그 야투가 100% 모두 왼손으로만 집어 넣은 슛이었습니다.

 

골밑 슛, 뱅크샷, 런닝 훅 슛, 턴어라운드 점퍼까지.... 모두 왼손"만"사용했습니다. 

 

 

 

그 경기의 영상입니다.

요즘 다음카페에 올리는 움짤들이 뒤로 가면서 느려집니다. 이 점, 양해를 구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위에 움짤에도 하나 포함시켰지만, 두 번의 쉬운 오른손 슈팅 찬스는 모두 날려버렸다는 것이죠.

 

얼핏 보기에도 고의성이 매우 짙어 보였습니다. 두 번 모두 골밑 노마크 상황이었거든요. 그 두 번의 찬스를 천하의 버드가 모두 어처구니없이 림도 못 맞추는 슛으로 날려버리다니요?

 

버드는 왼손 만으로도 너네 팀 정도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경기는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습니다.

 

그리고 버드는 2차 연장 종료 직전에 기어이 클러치 점퍼까지 작렬시키고야 맙니다. 결승골이었습니다.

 

셀틱스가 승리했습니다.

 

 

홈에서의 대패를 설욕하는 완승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셀틱스에 아무리 상성이 강한 포틀랜드의 홈이었다 할 지라도, 한 팀 전체가 래리 버드 한 선수의 승부욕과 자존심을 꺾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 지를 만방에 알린 경기이기도 합니다.

 

버드는 이 날, 47득점, 14리바운드, 11어시스트, 4스틸을 기록했습니다.

 

 

당시에 이 경기를 생중계로 보면서 느꼈던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성미를 건드리면 절대 안 되는 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출처 : I Love NBA
글쓴이 : Doctor J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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