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be Bryant

[스크랩] 추억의 클러치샷, 그리고 잊혀지지 않는 명대사

나비넥타이 2009. 8. 25. 14:55

 때는 2004년 4월 14일.  4연패 실패의 충격을 호화 멤버 구축을 통해 극복하려한 레이커스가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인해 플레이오프 상위 시드를 따느냐 못따느냐의 기로에 서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레이커스는 블레이저스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었고, 같은 PO 상위 시드 마지막 티켓을 향한 경쟁자였던 킹스와는 81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55승으로 동률. 킹스 역시 시즌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디비전은 지금과 달리 컨퍼런스당 2개만 존재했고, 서부는 미드웨스트 디비전과 퍼시픽 디비전으로 갈려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퍼시픽 디비전은 같은 55승을 거두고 있는 킹스와 레이커스중 수위를 차지한 구단이 디비전 리더가 되는 상황이었으며, 또한 디비전 수위를 차지한 구단이 서부 전체 2번 시드까지 가져가게 돼 7위(당시 45승의 로켓츠)와 맞붙지만 디비전 2위를 차지하게 되면 전체 4번 시드가 돼 52승을 거둔 매버릭스와 만나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킹스와 레이커스의 정규시즌 상대 전적은 1승3패로 레이커스의 열세. 동 승률일 경우 상대전적 우세로 무조건 킹스가 디비전 리더를 탈취하는 상황.

 당연히 레이커스로선 우승을 위한 레이스에서 체력을 조금 더 비축하기 위해서 단 한발짝도 양보할 수 없는 승부였던 겁니다. 무조건 이기고 나서 킹스의 패배를 바라야 하는 상황이었죠. 블레이저스 입장에서도 비록 이기더라도 42승에 불과해, 43승을 거둔 8위 너깃츠의 승률에 못미치기 때문에 PO의 꿈은 접어야 했지만 레이커스에게 호락호락하게 게임을 내주기는 싫었을겁니다. 시즌을 정리하는 마지막 게임이었기 때문에 블레이저스는 더욱 독하게 나왔습니다.

 전반을 50-45, 5점차로 앞선 블레이저스는 여세를 몰아 3쿼터에 2점을 더 보태며 4쿼터를 7점 앞선 상태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코비가 4쿼터 시작하자마자 연속 2개의 야투를 모두 성공시키며 바짝 따라왔고 종료 4분을 남기고 페이튼의 3점으로 드디어 동점을 만듭니다. 첫 동점이었습니다. 그리고 3분 20초를 남기고 코비의 3점으로 역전에 성공합니다. 그렇게 경기는 레이커스로 기우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데릭 앤더슨이 2개의 포제션을 연속 성공시키며 스코어는 84-87로 3점차.  그동안 코비는, 앤더슨에게 점퍼를 얻어맞고 곧바로 시도한 점퍼 하나 실패 -> 그 이후 트레블링 -> 앤더슨에게 다시 점퍼 허용 -> 자유투 2개 모두 실패라는 어이없는 연속적인 플레이를 펼칩니다.

 레이커스의 해설자 Stu Lantz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코비의 야투가 0-15이든, 0-20이든, 중요한 순간엔 코비가 있다" 라는 것이지요. 모두가 코비를 바라보고 있는 그 시점. 종료 14초를 남기고 코비의 손에 공이 쥐어집니다. 코비의 3점슛. 그러나 그 슈팅은 림을 돌아나오고 재크 랜돌프의 리바운드에 이은 속공에 코비는 그만 파울을 범합니다. 모든 레이커스 팬들이 졌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죠. 코비 답지 않은 클러치 타임의 계속된 실패.

 그렇지만 반전은 거기부터였습니다. 패터슨은 기적처럼 자유투 2개를 어이없이 모두 실패하고 레이커스가 리바운드를 해냅니다. 인바운드 상황에서 코비가 공을 넘겨받았습니다. 마크맨은 스스로 '코비 스타퍼'라고 떠들고 다녔던 루벤 패터슨. 마지막 포제션의 수비만큼은 정말 코비 스타퍼라 할 만했습니다. 코비의 체인징 디렉션에 전혀 속지 않고 잽싼 래터럴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패터슨. 코비의 슈팅이 나올 찰나 손을 들어 코비의 슈팅각을 아예 없애 버립니다.

 그 순간 코비는 몸을 패터슨에게 기댄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트위스트, 말도 안되는 슈팅을 날립니다. 보면 볼 수록 넣으려고 쏜 것인지 의문이 드는 슈팅 셀렉션.  코비의 오른쪽 옆에는 완벽하게 오픈된 동료가 있었지만 코비는 쳐다도 보지 않습니다. 코비에게는 림만이 보였겠지요. 쿼터 막판에 연속으로 실패한 슈팅 같은건 이미 머릿속에서 새햐얗게 지워져 있습니다.

 Bang. 믿을 수 없는 슈팅이 꽂히는 순간, 군데 군데 앉아있던 레이커스팬들을 환호성을, 홈관중들은 믿을 수 없어합니다. 남은 시간은 1초. 레이커스 어시스턴트 코치 프랭크 햄블린이 내민 손에 강한 하이파이브를 날린 코비는 자신의 슈팅이 꽂힌 것을 전혀 놀라워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자신이 해낼 일을 해냈을 뿐입니다.

 연장전은 완벽한 샤킬 오닐의 독무대였습니다. 4번의 공격중 3번을 성공시킵니다. 하지만 재크 랜돌프 역시 3번의 공격을 성공시키며 동점으로 2차 연장에 돌입합니다. 2차 연장 2분 25초를 남기고 97-97, 동점으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 코비가 25풋 지점에서 공을 잡아 슈팅 성공시키며 3점차로 벌립니다.

 이때부터 블레이저스의 반격이 시작되죠. 데이먼 스타더마이어가 무려 3번의 공격을 모두 성공시키며 종료 2.2초를 남기고 2점차로 오히려 앞서나가게 된 겁니다. 레이커스의 타임아웃. 레이커스는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코비에게 공을 주려고 합니다. 그러나 블레이저스의 강력한 디나이로 인해 코비에게 제대로 공이 가지 못하고 게임오버. 인 듯 했으나 뒤늦게 휘슬이 불립니다.

 넌-슈팅 파울이 인정된 상황. 상황은 더욱 나빠져 불과 1초를 남기고 레이커스가 공격을 성공시켜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레이커스의 타임아웃이 불리고, 여기서 제가 아직도 잊지 못하는 코비의 자신감 철철 넘치는 대사가 작렬합니다. "Give me a good pick, and we'll be going home with a 'W'." 말인 즉슨, "나한테 좋은 스크린만 걸어주면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라는 겁니다. 분명히 9초를 남기고 시도한 동점 상황에서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간 바 있으며, 그 이후 빠른 속공으로 인해 역전까지 당한 이후의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직전의 인바운드 상황에서 파울이었지만 제대로 공조차 잡지 못하고 1초를 소비한 최악의 상황이었죠.

 휘슬이 불리고 재빨리 받은 공을 높디 높은 포물선으로 림을 향해 던집니다. 공이 손에서 떠나자마자 수비수의 손이 코비의 손을 강력하게 쳐내는 모션이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잡히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코비의 손에서 떠나간 공에 집중됐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그 3점슛이 림에 그대로 빨려들어갔으며, 레이커스는 디비전 리더로 2번 시드를 배정받아 결국 파이널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또 다시 서부를 제패했습니다.

 Stu Lantz의 말 처럼, 코비의 야투율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 게임을 뒤집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신뢰를 주기까지는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을 말도 안되는 슈퍼플레이로 극복한 역사가 있어왔습니다. 게임을 지켜보고 있는 모두가 코비가 던질 것을 알지만, 유유히 그 공을 림으로 집어넣고 포효합니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 게임보다 더 멋진 활약을 한 게임이 많지만, 이 게임만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출처 : I Love NBA
글쓴이 : Gold&Purple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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