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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Kevin Garnett vs Tim Duncan (2000.11.17)

나비넥타이 2010. 11. 24. 11:59

 

Kevin Garnett vs Tim Duncan

(2000.11.17)

 

 


 

 

 

KG & TD. 어느덧 이 둘도 노쇠화를 직전에 두고 있는 노장이 되었습니다. 팀 던컨은 4번의 우승을 이룬 역대 최고의 파워포워드이자 빅맨의 Greatness를 정의하는 지표로, 케빈 가넷은 올해의 수비수상 수상에 빛나는 역대 최고의 4번 수비수이자 올어라운더로, 각자 자신의 색깔을 10년 넘게 지켜오며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가넷은 이제 셀틱스에서 염원하던 첫 우승을 이루었고, 셀틱스에서 롤플레이어 역할을 하면서 커리어를 마칠 심산으로 보입니다. 반면 팀 던컨은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그의 꾸준함만큼이나 한결같은 'once-spur-forever-spur' 정신을 지킬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그들은 혼자서 팀의 흥망성쇠를 책임지는 선수이기보다는 제일 뒤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선수의 색채를 조금씩 띄어가고 있습니다. 카림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은 막을 수 있어도 세월은 막을 수 없습니다. 던컨의 발은 느려졌고 가넷의 체력도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다음 시대가 오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이제 사뭇 셀틱스와 스퍼스의 대결이 던컨 vs 가넷, 혹은 가넷 vs 던컨만의 대결이라기보다는 폴 피어스, 레이 앨런, 라존 론도, 마누 지노빌리, 토니 파커, 안토이노 맥다이스와 같이 우승 경험 있는 명장들의 올스타전의 느낌이 납니다. 하지만, 던컨과 가넷이 팀의 승리와 자존심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100% 풀전력으로 맞대응하며 불꽃을 튀기고 화염을 터뜨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두 초대형 거물 파워포워드의 대결에 만인의 귀추가 주목되던 때가 있었죠.

 

가넷은 미네소타 시절 던컨이 이끄는 스퍼스에게 99년, 01년 두 차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3-1로 완파당했습니다. 이 패배의 요인에는 여러가지 분석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일단 팀 전력차가 뚜렷하게 차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가넷과 던컨 개인의 대결은 용호상박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릴만큼 전 시리즈 매 경기 비등했음에도 승리는 언제나 일방적으로 스퍼스의 것이었거든요.

 

이 둘은 99년 붙어본 후 정규시즌 경기에서도 자존심 대결에 유독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가넷은 본디 승부근성이 타고난 선수인데 그 중에서 스스로가 가장 이기고 싶어했던 선수가 던컨이었던 것 같습니다. 01 플레이오프 4차전이 끝난 후에는 던컨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서러운지 통한의 눈물까지 흘리며 던컨 악수도 안 받고 들어가버렸죠. 던컨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넷만 만나면 유독 몸놀림이 예사롭지가 않았고 몸싸움도 유난히 거칠게 대응하곤 했죠.

 

본 영상은 제가 라이브로 보며 녹화했던 00 시즌 미네소타 팀버울브즈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경기입니다. 던컨과 가넷의 매치업 장면을 모두 모아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보았습니다.

 

 

 


 

 

 

 

 

  

 

 

던컨   44분  22득점 14리바운드 5어시스트
가넷   45분  32득점 12리바운드 3어시스트

 

   

저는 가넷과 던컨이 루키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 둘이 맞붙은 경기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라이브로 시청했습니다. 제가 지난 10여년간 본 경기들을 토대로 모든 항목을 낱낱이 파헤쳐가며 분석한 던컨과 가넷의 경기력은 한 마디로 표현하여 '동급' 입니다. 정말 딱 맞아 떨어지는게 이상하리만큼 대등한 동급입니다.

 

득점력, 공격기술의 다양성, 리바운드와 박스아웃, 스크린 플레이, 대인방어력, 도움수비력, 코트 비전, 어시스트까지 모든 항목을 통틀어 던컨과 가넷은 둘 다 리그 최고이며, 둘 사이에는 어떠한 미세한 우열도 가리지 못하겠습니다. 공, 수에서 던컨과 가넷 수준의 게임을 펼칠 수 있는 파워포워드가 올타임 통틀어 또 있으면 소개 부탁합니다.

 

혹자는 던컨이 로포스트 스코어러기 때문에 우위 아니냐 하는 주장을 펼치지만, 퍼리미터 게임에서 가넷이 우위거든요. 던컨이 빅맨들에게 더 많은 파울을 안겨주지 않냐 라는 주장에는 가넷이 던컨보다 어시스트가 확연하게 많다는 사실로 반증이 가능합니다. 사실 이 차이는 단순히 던컨과 가넷의 '플레이 스타일' 이 다르기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입니다. 던컨은 로포스트 플레이어로서, 가넷은 플레이메이킹 하이포스트 플레이어로서 이 보다 잘 할 선수가 누가 있냐는 생각이 들만큼 독출나게 뛰어납니다. 던컨은 강한 포스트업 공격을 하는 로포스트 플레이어기 때문에 당연히 파울 유도와 확률높은 득점이 많고, 가넷은 스크린을 걸어주고 미스매치를 유발하는 하이포스트 플레이어기 때문에 당연히 어시스트가 많죠. 따라서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생각은 제가 보기에는 개인적인 호불호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강한 센터를 선호하는 사람은 던컨을, 팀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주는 선수를 선호하는 가넷을 선택하겠지요. 확률높은 득점을 하는 포지션이 무조건적으로 좋다면, 슈팅가드들은 센터들보다 무조건적으로 한 수 아래인 선수여야 하겠죠?

 

또한 가넷이 로포스트 공략 실력이 없어서 그러는게 아니냐 하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보시다시피 가넷은 운동신경이 최절정에 있던 전성기 던컨을 상대로 경기 내내 클러치 타임에 이르기까지 골밑에서 아이솔레이션으로 득점을 꾸역꾸역 할 정도의 페인트존 공략기술을 가진 선수입니다. 마찬가지로 던컨은 가넷보다 느리고 둔하기에 퍼리미터 플레이를 꺼리는 게 아니냐 하는 주장도 보았는데, 이 또한 명백히 틀린 학설입니다. 보시다시피 가넷도 던컨을 18피트에서 마음대로 뚫지 못하며, 던컨 스스로도 가넷 뺨치는 스크린 세팅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렇다면 던컨은 왜 그렇게 골밑에 들어가 있고, 가넷은 왜 그렇게 골밑에서 밖으로 나오느냐, 둘다 각자 가장 자신있고 선호하는 반경을 찾아가는 것 뿐입니다. 즉,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라는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 것이죠.

 

가넷에 대해 하나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전 예전에 본 카페에서 가넷의 클러치 해결능력이 형편없고 큰 무대, 빅 매치에서는 작아지는 새가슴이라는 주장을 듣고 동영상까지 편집해 증거자료로 올리면서까지 불같이 분개했던 적이 있습니다. 본 영상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던컨 상대로 3연속 클러치 점퍼에 게임 위너 쐐기포까지 터뜨리는 선수가 가넷임을 너무도 뻔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클러치 능력이 던컨급이 아니다' 라는 주장이라면 설득력이 있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클러치 능력이 형편없다' 라고 한다면 더 볼 것도 없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죠. 가넷의 활약으로 뒤집은 경기가 한 두 개가 아님을 감안하면 이 생각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셀틱스와 스퍼스는 올 시즌 각각 실패했던 반지 원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셀틱스는 라쉬드 월러스를 영입하여 골밑을 보강하였고, 스퍼스는 한 술 더 떠 안토니오 맥다이스, 리차드 제퍼슨을 비롯한 여러 롤플레이어들과 루키들을 영입하여 전력을 대폭 늘렸습니다. 바야흐로 이제 두 최고의 파워포워드가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진검승부를 보일 때이죠. 다른 팀들이 만드는 파이널도 멋있고 의미있을 것임은 확실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올해만큼은 이 가넷 대 던컨의 파이널을 보고 싶습니다. 저는 던컨과 가넷이 빅매치에서 서로를 막고 서로를 견제하는 게 어떤 모습인지, 어떤 느낌인지를 압니다. 얼마나 스릴있고 긴장되는지도 느꼈습니다. 흘러가는 세월의 시류에 리그를 맡겨놓기에는, 던컨과 가넷이 둘이 겨루며 만들 수 있는 볼거리는 너무도 많고 멋있습니다. 올해 파이널에서 제대로 된 파워포워드들의 대결이 어떤 것인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명대결이 성사되었으면 좋겠네요.

 

 

 


 

글, 동영상: nycmania

 

 

 

 

출처 : I Love NBA
글쓴이 : nycmani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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