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의 속공 듀오
Michael Jordan & Scottie Pippen
Chicago Bulls는 90년대 여섯 번의 우승, 그리고 동시에 두 번의 Three Peat이라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하며 전세계적인 인기 스포츠팀으로 발돋움했습니다. 91년부터 시작한 우승 레이스는 불스의 에이스 마이클 조던이 은퇴할때까지 계속되었고 조던이 은퇴를 번복하며 돌아온 이후로 또다시 조던이 은퇴할때까지 계속 이어졌으니, 마이클 조던이 이끈 불스가 90년대를 통째로 지배하다시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시카고 불스의 공격 대형은 잘 알려진 Triangle Offense였습니다.
볼이 투입되어 있는 Strong Side에 세 명의 선수가 각각 사이드라인, 45도 삼점라인, 그리고 로포스트에 위치하여 삼각형의 모양을 이룬 형태에서 시작하는 공격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동영상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볼을 인사이드로 투입하고, 네 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약속된 방식으로 움직이며 순식간에 스크린으로 변하여 그 중 한 명에게 오픈찬스를 만들어내는 공격 대형입니다. 동영상에서도 아주 짧은 순간에 와이드 오픈 찬스를 두 번이나 만들어내고 있으니, 하프코트 오펜스에서 불스의 트라이앵글 오펜스가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는 쉬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트라이앵글 오펜스에는 두 가지 흠이 있었습니다.
1) 수비수의 움직임을 보아가며 대처하는 방식의 공격이기 때문에 클러치 타임에서는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2) 하프코트 오펜스로서 선수들의 위치가 완벽하게 세팅되어야 하는 공격이기 때문에 자연히 수비 대형도 정돈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하프코트 오펜스는 정교하지만 그만큼 진행이 느리고 자칫하면 경기 템포를 떨어뜨릴 소지가 있는 공격 대형일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시카고 불스가 이 단점을 어떻게 상쇄했느냐, 천하 무적의 수비력과, 그 수비력을 고스란히 이용한 가공할만한 속공 공격력으로 트라이앵글 오펜스의 단점을 완벽에 가깝게 메웠습니다.
위 사진은 98 동부결승 2차전 3쿼터 때 나온 장면을 캡쳐한 것입니다. 턴오버를 이용한 득점이 무려 21대 2로 압도적입니다. 수비를 고스란히 속공-쉬운 득점으로 연결시켰기에 가능했던 수치죠. 1,2쿼터 내내 불스에게 속공 폭격세례를 맞은 것입니다. 이처럼 불스의 경기를 보면--특히 플레이오프 경기일수록-- 속공 장면이 무척 많이 나옵니다. 이토록 느리고 정돈된 템포의 경기를 가져가는 불스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많은 속공 공격으로 상대팀의 기를 꺾어놓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오직 이 두 명이 불스에서 동시에 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봅니다.
최고의 속공 플레이어가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뛰어난 운동능력과 볼 핸들링을 가진 비호같이 날랜 선수여야 합니다.
속공은 수비가 정돈되기도 전에 적진으로 들어가 득점을 끝내버리는 농구에서 제일 빠른 템포의 공격입니다. 따라서 누구보다 먼저 재빠르게 적진으로 들어갈 수 있을만한 스피드를 가진 선수라야 이 속공을 훌륭하게 지휘할 수 있죠. 훌륭한 스프린터라도 드리블을 하며 달리는 스피드는 그만 못 한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는 볼 핸들링이 서툴기 때문이죠.
조던과 피펜은 둘 다 드리블하며 코트를 가로지르는 스피드가 대단했습니다. 조던은 Black Cat이라는 별명이 시사하듯 뛰어난 운동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던 선수이고, 피펜도 초창기 시절부터 볼 핸들링 스킬과 스피드로 주목받던 선수죠. 둘 다 오픈코트 게임에 타고난 선수들이었던 것입니다.
2) 탁월한 슬램덩커 피니셔여야 합니다.
속공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적진에 수비가 한 명도 없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의 경우 턴오버가 속공으로 이어질 때 제일 중앙쪽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던 수비수가 속공 공격수를 따라붙어 가로막는 경우가 있죠. 이런 상황에서 속공 공격수는 그 수비수를 무력화시키는 탁월한 피니쉬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NBA 역사상 이보다 더 뛰어난 극강의 피니셔 조합이 있었는지 의문이군요. 그 어떤 7풋의 일류 블라커가 가로막더라도 단박에 페인트존으로 짓쳐들어가 그 위로 올타임 하이라이트감 덩크를 터뜨려버릴 수 있는 슬램덩크가 둘씩이나 같은 팀에서 뛰고 있었습니다. 저런 스피드로 달려가 저런 덩크를 꽂아넣어 버리는 것이죠. 저런 식으로 저 둘 중 한 명에게 텅 비어있는 골대에 슬램덩크를 얻어맞으면 상대팀은 전의를 상실하게 되고 홈 관중은 열광합니다. 워낙 뛰어난 피니셔들이기 때문에 수비수가 괜히 어설프게 막았다가는 In-your-face 덩크를 당하고 자유투까지 1구 헌납하게 됩니다. 속공 찬스에서 공을 잡자마자 2점 적립인 셈입니다.
3) 최대한 속공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야 합니다.
뛰어난 속공 피니셔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그 팀이 좋은 속공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속공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는게 첫째겠죠. 속공이라는 것은 일단은 수비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상대방 다섯 명이 모두 제 위치에 들어온 상태에서 턴오버를 만들어내어 단숨에 텅 빈 적진으로 달려가 마무리를 하는 것이죠. 하지만 공격자 파울 유도 등으로 턴오버를 만들어내면 인바운드 패스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수비수가 제 진영으로 돌아갈 시간을 벌어주므로 속공을 전개할 수는 없게 됩니다. 따라서 뭐니뭐니해도 상대방의 공격이 전개되는 와중에 그 흐름을 잘라내어 공격권을 자신이 기습적으로 빼앗가버리는 '스틸' 이 최고의 선택이겠죠.
역대 통산스틸 기록에서 조던이 존 스탁턴, 제이슨 키드에 이어 3위(2514), 피펜이 6위(2307)입니다. 역대 플레이오프 통산 스틸로는 피펜이 1위(395), 조던이 2위(376)죠. 명실상부한 역대 최강의 볼 스트리퍼 조합입니다. 이 둘이 불스에서 9년간 함께 뛰며 만들어낸 스틸만 도합 무려 4194개! 득달같이 튀어나와 패싱 레인을 잘라먹거나 드리블하는 공격수에게서 볼을 강탈하듯 나꿔채 대부분의 경우에 속공으로 연결시키던 이 둘의 특성을 고려해볼 때, 저 둘이 9년동안 족히 4천번은 스틸을 이용해 속공을 시전했던 셈입니다.
이 둘은 슈팅가드-스몰포워드 조합 중 그 누구보다 많은 샷 블락을 했던 선수들이기도 합니다. 역대 통산 블락에서 조던이 조지 거빈(1047)에 이어 2위(947), 피펜이 줄리어스 어빙(1941)에 이어 역대 2위(947)에 각각 올라 있습니다. 상대방의 포제션을 100%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스틸에 비해, 블락샷은 블락해낸 공이 아웃 오브 바운드 될 수도, 상대팀 손에 다시 들어갈 수도 있는 단점이 있으나, 이 중 상당수가 속공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또한 엄청난 조합이었던 것이죠.
즉, 역사상 그 어떤 두 선수도 조던-피펜 조합만큼이나 많은 턴오버와 많은 속공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주 조금만 빈틈이 보여도 낼름 하고 볼을 나꿔채어 바람같이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 누구보다 확실하고 호쾌하게 마무리하는 오픈코트 플레이어!"
저런 선수를 하나만 보유하고 있어도 매 경기 수차례씩 속공으로 득점을 하며 경기 템포를 가져가고 중요한 득점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불스는 저런 선수 중에서 제일 빼어난 선수를 하나도 아니고 둘 씩이나 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 둘이 동시에 속공을 하면 그냥 뛰자마자 2점+a짜리 멘붕인 것이죠.
실제로 로드맨과 더불어 수퍼맨과 배트맨으로 불린 적이 있었던 이 둘
대략 이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
조던과 피펜의 합동 속공 장면을 모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Hanamichi님께 부탁드렸는데, 역시 예상하던대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서 보내주셨습니다. 어려운 요구를 이토록 정성스럽게 받아주셔 양질의 믹스를 만들어주신 Hanamichi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둘의 조합이 조던의 마지막 챔피언쉽 위닝 샷을 끝으로 사라진 14년 후........,
드디어 이 둘을 꼭 빼닮은 조합이 탄생했습니다.
기대가 안 될래야 안 될수가 없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nycmania 동영상: Hanam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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