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ketball

[스크랩] [빅 게임 리캡] 새파란 압둘자바를 상대로 선전한 36세의 노장

나비넥타이 2009. 6. 12. 07:44

 

 새파란 압둘자바를 상대로 선전한 36세의 노장

 

글: Doctor J

 

 

때는 1972년 1월 9일. 체임벌린, 제리 웨스트, 게일 굳리치의 레이커스가 파죽의 33연승을 치닷고 있을 시점이었습니다. 

 

이미 전무후무한 연승기록을 수립한 이 막강한 팀이 34연승 째를 노리며 루 앨신더(압둘자바)와 오스카 로벗슨이 버티고 있는 밀워키 벅스 경기장에 원정을 왔습니다.

 

 

체임벌린과 압둘자바. 이 두 명의 레전드 센터들은 사실 서로 맞붙은 경기가 별로 없습니다.

 

자바의 루키시즌인 1969~70 시즌엔 체임벌린이 큰 무릎부상을 당했었고, 또 체임벌린이 73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접었기 때문에, 이 둘이 붙은 경기는 올스타 전을 제외하면 4~5경기 밖에 안 됩니다. 이 경기는, 이 두 센터의 흔치 않은 자존심 대결 외에 과연 디펜딩 챔피언인 벅스가 레이커스의 34연승을 저지하느냐 하는 이슈가 걸려 있던, 모든 농구팬들의 귀추가 주목된 빅뱅 매치였습니다. 

 

모두가 레이커스의 우세를 점친 가운데 벌어진 이 빅 이벤트.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반부터 압둘자바의 맹공을 내세운 벅스의 우세였습니다.

 

밀워키 벅스는 오스카 로벗슨이 외곽을 책임지며 차분히 플레이를 펼쳐 나갔고, 압둘자바는 공수에 걸쳐 페인트 존을 완전히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굳리치와 웨스트의 슈팅도 번번이 림을 외면했고, 해피 헤어스톤, 팻 라일리, 짐 맥밀란 등 팀의 활력소가 되어줘야 할 젊은 선수들도 고전을 면치 못 했습니다.

 

압둘자바의 공수에 걸친 존재감이 그토록 대단했습니다.

 

제가 직접 기록한 경기스탯에 의하면, 압둘자바는 이 경기에서 38득점, 18리바운드, 9블락샷을 기록했습니다.

 

서서히 점수차가 벌어져 가는 가운데, 레이커스 진용에서 홀로 압둘자바와 맞장을 뜨며 활약을 한 선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36세의 노장, 윌트 체임벌린이었습니다.

 

당시의 체임벌린은, 이미 1970년에 입은 무릎부상과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점프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또 체력안배를 위해 수비와 리바운드에만 치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압둘자바라는 신예 괴물센터와의 대결이란 라이벌 의식이 잠자던 그의 승부근성를 일깨웠습니다.

 

체임벌린은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 슛까지 블락을 하며 맹수비를 펼쳤고, 공격에서도 블라킹과 자리선점에 선천적인 감각이 있던 압둘자바를 상대로 과감한 돌파와 파워덩크, 그리고 우겨넣기 등을 과감하게 시도하며 레이커스의 자존심을 살려 줬습니다.

 

 

한 번은, 레이커스의 해피 헤어스톤과 압둘자바 사이에 몸싸움이 과열되면서 양 팀 간에 싸움이 일어날 뻔 하기도 했었죠.

 

자바가 골을 성공시키고 내려오는 순간 헤어스톤이 자바의 허리 부분에 자기 몸을 들이미는 아주 위험한 파울을 한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경기 내내 골밑에서 자기에게 지저분한 파울을 해오던 헤어스톤이었는지라 약이 바짝 올라 있던 자바가 가볍게 헤어스톤의 복부에 자신의 정권을 선사(?)했습니다.

 

순간, 저 멀리에 있던 체임벌린이 초인이라 할 만한 엄청난 스피드로 달려와 압둘자바의 앞을 가로막고 섭니다.

 

압둘자바가 계속 싸움이라도 할 태세였다면, 체임벌린의 주먹이 압둘자바의 안면에 작렬했을 지도 모르는 숨가쁜 상황이었습니다. 체임벌린의 가세로 약간 기세가 꺾인 자바가 백코트를 하는 데도 체임벌린은 자바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끝까지 노려 봤습니다. 제리 웨스트가 당시를 회고하며 그렇게 무서운 체임벌린의 눈은 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이 한 가지 장면만 봐도 이 둘 사이에 존재한 라이벌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으십니까?

 

압둘자바의 이 정권이 체임벌린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곧이어 있었던 밀워키의 공격. 코트 우중간에서 공을 잡고 점프슛을 날리는 압둘자바를 향해 체임벌린이 점프하며 그 슛을 블락해 버립니다.

 

그 다음, 레이커스의 공격. 이번에는 체임벌린이 압둘자바를 앞에 놓고 그냥 파워로 밀어 붙이며 우겨넣기 핑거롤을 성공시켯고, 그 다음 공격에서도 자바를 앞에 두고 투핸드 슬램덩크를 꽂아 넣었습니다.

 

3쿼터, 4쿼터에도 이 둘 간의 대결은 이러한 불꽃 튀기는 양상이었습니다.

 

옆에 있는 움짤에도 포함시켰지만, 포스트에서 잡은 체임벌린의 공을 자바가 뒤에서 쳐내며 스틸을 해보려고도 했으나 워낙에 악력이 강한 체임벌린이 가랑이 사이로 그 공을 다시 빼앗아 오며 그대로 밀고 들어가 덩크를 성공시키기도 했습니다.

 

자바를 뒤에 두고 오른쪽으로 돌며 투핸드 파워덩크를 성공시키기도 했지요.

 

저 당시에 체임벌린이 점프력을 거의 상실한 36세 노장이었다는 점, 그리고 자바가 왼 팔로 밀었는데도 꽤 먼 거리에서 난이도가 높은 투핸드 덩크를 성공시키는 선수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인간은 괴물이다'라는 말 밖엔 달리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경기는 밀워키 벅스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레이커스의 연승 신화는 33승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1쿼터부터 경기를 장악한 압둘자바의 벽을 레이커스 선수들은 끝내 넘지 못 했습니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팬들의 이목을 끈 선수는 괴력의 압둘자바가 아니었습니다.

 

이 날의 빅 이벤트에서 팬들의 눈길을 끈 선수는, 자기 몸을 아끼지 않으며 좌충우돌 골밑의 dirty work을 마다 하지 않았고, 그 공포의 센터를 상대로도 조금도 기죽지 않으며 오히려 눈빛에서 그를 제압했던 36세의 노장, 윌트 체임벌린이었습니다.

 

비록, 스탯에선 압둘자바에게 뒤지는 20점, 19리바운드, 7블락샷 밖에 기록하지 못 했으나,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과 점프슛을 블락한 것도 그였고, 그 압둘자바 위로 우겨넣기, 파워 덩크, 팁인을 성공시킨 선수도 체임벌린, 그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밀워키 벅스 관중들은 압둘자바를 비롯한 벅스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 줬습니다. 

 

그러나 체임벌린이 경기장을 나가는 순간엔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어요.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자신들의 홈 코트에서 수퍼스타의 자존심을 끝까지 잃지 않았던 상대팀의 한 老 전사에게 표현한 예우였습니다.

 

 

 

 

 

 

 

출처 : I Love NBA
글쓴이 : Doctor J 원글보기
메모 :